희귀질환을 앓는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영양 투여 등을 위해 하루에 10개가량 사용하는 20cc 무침 주사기 가격이 온라인에서 두 배가량 오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달 초만 해도 50개를 7천원대에 구매했지만, 이제 동일 제품은 구할 수도 없고 최소 2배에서 그 이상에 달하는 타 제조사 제품을 사야 했다.
온라인이 아닌 약국에서 주사기를 사기 위해 돌아다녔지만, 의료취약지인 지방에 사는 A씨에게는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다른 시까지 차를 타고 가서야 '급한 환자'를 위해 약사가 따로 준비한 소량을 겨우 구할 수 있었다.
24일 의료계와 희귀질환자 단체에 따르면 치료·간병을 위해 다량의 소모품을 구입해야 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희귀질환자 단체들은 환자·보호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경구 투여용 무침 주사기·약병·콧줄과 수액줄·석션팁 등이 갑자기 품절 상태로 바뀌거나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들 사이에서는 "품절이었던 석션팁이 갑자기 풀려서 무서운 마음에 대량 주문했다", "약 먹이는 데 쓰는 주사기를 알코올로 닦아서 반복 사용하는데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단장증후군 환우회 관계자는 "재사용 불가한 헤파린캡(혈관접속용 기구)이 입고·품절을 반복해 지인에게 빌려서 사용하거나 비싸게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의료 소모품들이 수시로 품절되고, 며칠 만에 가격이 수 배로 오르는 상황"이라며 "아이에게 식사를 공급하는 용도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데, 주사기뿐 아니라 피딩백(급식 주머니)과 공급줄 등이 모두 비싸지고 있어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중동 전쟁의 여파로 주사기·침 등 수급이 어려워지자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발령하고 해당 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관련 업체들과 연계해 주사기와 약 포장지 등의 생산·국내 공급을 확대하고 보건의약단체와 협력해 병원·약국의 재고 보유량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아닌 개별 환자들의 경우 수급 불안정을 알리거나 공급을 요청할 곳도 없으며, 요동치는 가격으로 인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해소할 방안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희귀질환자를 진료하는 한 대학병원 교수는 "입원해 있거나 병원에서 의료 제품을 공급받는 환자는 문제가 없겠지만, 가정에서 간병과 치료를 받는 중증 희귀질환자들은 알아서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며 '바가지' 가격도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네 병의원에서 경증 환자용 주사기는 확보가 되는데, 반나절만 케어를 하지 않아도 상태가 심각해지는 중증질환자들은 필요한 제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기관뿐 아니라 환자 개인에게도 닿는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